일상속의 이야기들
메일
솔향내음
2004. 9. 22. 11:53
- 나호열 -
메일이 없습니다.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받을 편지는 이미 도착했는데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받은 편지는 이미 읽었는데
몽글몽글 하얀 수국 꽃잎 같은 글씨 보이지 않고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동구 밖으로 길을 가다가 되돌아오고
외진 산기슭 성황당 돌무더기 처럼
켜켜이 쌓여가는 시그널
메일이 없습니다가
매일이 없습니다로 보이고
내일이 없습니다로 흐릿해지더니
제멋대로 하루는 로그아웃 된다.
메일이 없다는 것은
매일이 없다는 것이고
내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나를 로그인 시키려면
그대가 가르쳐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우편번호도 모르니~~
정보화 시대 참~빠르고..편하고..좋긴 하지만
이렇게 젖어 살고보니
모든게 점점 추억으로 사라지는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