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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이야기들

그 사람Ⅱ

 

 

그렇게 우린 주지스님 앞에서 평생 같이 하기로 맹세를 하고
점심공양을 끝내고 가까운 경주로 밀월여행을 떠났다.
다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많이들 갔지만 우린 그런 처지가 아니였으니까...

불국사 대웅전에 부처님께 나란히 삼배올리고
‘우리 변치 말고 잘살아보자’ 며 기도 드렸다.
석굴암까지 들렸다 내려오니 어느덧 해질 무렵 이였다.
더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했고 난 학교 가야했기에~

그렇게 우린 엄청난 큰일을 저지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주 태연하게 난 집으로~ 그 사람은 자기 집으로 갔다.

속으로 나도 이렇게 능청맞은 구석이 있었구나 싶어 겁도나면서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다.

한학기만 하면 졸업 이였으니까~
어떻게든 졸업이나 하고 추진하자는 쪽으로 몰고 갔다.
강의는 일주일에 두 번으로 몰아버리고
나머지 시간은 그 사람 집으로 직행 했다.
그 당시 그 사람은 자취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침에 내가가면 그 사람은 출근 하고 없었다.
난 그때부터 청소며~ 빨래~ 저녁 반찬까지 만들어 놓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내 학교생활과 나머지 시간을 그렇게 보냈지만
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기존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시간은 힘도 들었지만 내가 원한 삶이였으니까~
나는 새로움의 세계로 도전하고 있었다.
그 세계는 나에게 모든게 새로웠고 좋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난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순위고사’를 쳤는데 떨어졌다. 그 뒤에도 또 한번 쓴 고배를 맛보아야 했다.
뜻대로 모든게 잘 되지 않고 힘들어 할때
그 사람은 또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아버지의 완고함은 바뀌질 않았다.

참다 참다 그 사람도 한계였는지 순간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우리 집으로 가자며’ 끌고 나갔다.
난 너무 당황하고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그냥 그 사람 손에 끌려 나갔다.

그렇게 우린 어쩔 수 없이 우리 둘만의 시간이 시작됐던 것이다.
그 뒤에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사람과 같이 아버지께 용서를 빌었지만
‘당신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는 말씀 뿐이셨다.

아~~~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또~사라진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 우리의 2세는 자라고 있었고~
그해 11월 딸을 낳았다..

그리고 첫 돌때 아버지를 찾았다.
그때 아버지의 얼굴에서 체념하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가 생기면서 우리를 받아 들였고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후 난 아버지께 물었다....
“그때 왜 그렇게 반대 했어요...?“
‘아버지~~ “내 딸이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그랬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런데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사람만 찾으셨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사람도 나도 같이 늙어간다.
내년이면 결혼 30주년이다.
어느새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얼굴엔 굵은 주름이 잡혀가도
나의 영원한 스승이며 내 삶의 동반자이다~~~~~

지금은 정년퇴직하고 'ㅇㅇ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과 감상' 강의 나가며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적절히 시간을 보낸다.

생각해 보면 나이차이~~ 그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 한다면 모든걸 다 수용할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스스로도 속을 만큼의 영악한 열정도 필요하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을 스스로 만들면서 적절히 살아야 된다고 감히 말해본다..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삶이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큰 어려움 없이~ 욕심 없는 삶으로 살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깊어가는 가을날에~~ 추억여행을 했다............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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