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그때...
우리 동네 부잣집 미애네집엔
그 어렵던 시절 피아노가 있었다..
담 너머로 미애가 두드리는 건반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었다..
우리 집엔 왜 피아노가 없을까?..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피아노가 무슨 장난감인양
피아노를 사달라고 때를 쓰고
몇날 며칠 밥도 안 먹고 울어도 아무소용 없었다.
잠자리날개같은 원피스에 분홍구두
예쁜 미애가 너무 부러웠다...
그렇게 때를 섰던 피아노는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 집엔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했다.
그 당시 25년전 백오십만원이란 거금의 피아노
24개월 할부로 들였다....
어렸을 때 그토록 갖고 싶었던 피아노를 애 초등 입학할 때 갖게 했다..
딸아이는 다행히 피아노를 좋아했고 나도 덩달아 같이 좋았다..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피아노소리는 아주 간간히 들을수 있었고
대학 땐 조금 더 잦게 들리다가 그 뒤론 들을수가 없었다.
결혼하면 가져가라 했는데
엄마의 애틋한 사연때문인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집안 곳곳에 자리한 물건들
구닥다리고 볼품은 없지만
하나하나 사연이 있고 정이 들어서 버릴 수 없다..
손때 묻은 물건 하나에 사랑이 보이고,,,,
그리움이 있고,,,추억이 있는데.....
그런 기억들을 지울 수가 없듯이...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아주 가끔 일상을 살아낼 힘이 버거울때
아련한 기억들을 떠 올리며 건반을 두드려 본다....
깊어가는 가을밤에...여수(旅愁)의 선율을 느껴본다....
그 속엔 미애도 보이고 내 고향 바다냄새도 난다..
~~악보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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