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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이야기들

가을 그리움

 

 

이렇게 가을바람이 스산해지면
귀뚜라미의 구성진 노래 가락 때문인지
많이 아버지가 보고 싶다.
순간순간 그리움이 와 닿으면 가슴이 싸~~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버지 가신지 3년째네~~
아~~그립다 아버지의 청정한 목소리가~~
아버지의 노래 소리도~~

기분 좋게 흥얼거리던 우리 아버지 18번 노래
해운대 에레지~~
“언제 까지나 언제 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어릴 땐 제목도 모르면서
나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던 그 노래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술을 좋아하시는 편은 아니셨고 아마 즐기셨던것 같다.
한 잔 술에도 얼굴이 붉어지셨다.
어느 땐 만취가 되셔서 힘들어 하셨을 땐 얼굴이 노란색 이셨다.

술이 한잔 들어가 기분이 좋아지시면
아버지의 애창곡이 흘러나오고
딸내미들 첫째부터 다 불러 들여서
아버지의 뽀뽀세례가 시작된다.

난 술 냄새가 싫어서 막 뿌리치고
뽀뽀를 안 한다고 울기도 했다.
술을 자주 하시는 편은 아니였는데
난 뽀뽀 세례가 싫고 술 냄새가 싫어서 아버지가
술 마시고 오시는 날이 참 싫었다.

그땐 술 냄새가 왜 그리 싫었는지~~
근데 지금~ 아버지의 까칠한 수염도 그립고
아버지의 뽀뽀도 그립고~ 그리고 술 냄새도 그립다.

아버지 가시기 보름 전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우린 누굴까 궁금해 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아버지의 옛 여인 이였다. “ 박 정자”
모두들 엄마 눈치를 먼저 살폈다.
근데 엄마는 의외로 “보고싶은 사람이 있음 봐야지요”하시면서
애써 태연한 기색을 보이셨다.

훗날들은 얘기지만 젊은 날 우리 엄마는 얼마나 가슴앓이를 많이 했을꼬
엄마는 뒷방 차지고 정자여사는 안방 차지 였으니..
밥상도 겸상으로 차려서 엄마가 직접 들여다 줬단다.
그렇게 몇 년을 생활하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나가셨단다.
근데 정자여사는 애기를 낳지 못했단다.
이복형제가 없다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이고~~

그렇게 맘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세월에 다 묻혀 사라져 버렸는지 엄마는 모든걸 다 받아 들였다.
수소문해서 정자여사는 아버지와 상봉을 했고
우린 옆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려 했다.

팔순의 연세에 정자 여사는 아주 곱게 나이든 이쁜 할머니였다.
아버지 손 꼭 잡고 한참을 얘기하셨다.
거제도에서 혼자 살고 계신단다.

엄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혼자서 외로바서 우째사노 나와서 내하고 같이 살자”그러셨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픔은 다 사라졌다는 얘기 아니겠나~~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우리들의 아버지 엄마의 삶 아니였겠나...

엄마한텐 가슴속에 사무친 젊은 날의 응어리 였겠지만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아버지니까~~사랑하는 아버지였으니까~~
지금도 난 그렇게 말한다.
우리 아버진 멋쟁이셨다고 말하고 싶다.
담주엔 아버지 보러 가야겠다~~참!!많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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